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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세벽부터 세차게 내리던 빗줄기가 약수암 김명숙씨와의 인터뷰 시간 약속에 맞춰 점점 가랑비로 바뀌기 시작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벨을 울리자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김명숙씨와 정겹게 인사하고 인터뷰를 위해 양해를 구했다.
 
그녀의 첫인상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숙하고 정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한옥을 개조한 일반 주택 분위기의 큰방과 점을 보는 점상 그리고 약사여래를 모신 신당을 보면서 우리는 거실에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릉동 “약수암”이라는 굿당은 알만한 무당은 잘 아는 곳으로 원래 김명숙씨의 어머니인 주보살의 터였다. 주보살은 길음동에서 유명하기로 소문이 자자하여 장안에서도 내노라 하는 인사들까지 줄을 섰던 최고의 만신이였다고 한다. 그런 소문을 듣고 찾아간 터라 필자는 미리 준비된 질문 보따리를 풀었다.
 

Q :  길음동 주보살은 장안에서도 내노라하는 최고의 만신 이였다는데 어머니는 어떤 분이였나요? 
 
어머니가 점을 보실 때는 한옥 집이었던 이 집 마당에 손님이 삼사십 명씩 줄을 서고 기다릴 정도로 유명했지요.
 
손님이 오면 대부분 눈을 감고 점을 보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면 5분 내에 점을 봐주는 경우를 곁에서 자주 지켜봤어요.
 
예를 들면 “새끼 때문에 왔지? 합격이야. 이제 그만 가봐!” 이런 식이죠.
 
신통하다는 소문에 70년대 장안에서 길음동 주보살 하면 정말 모르는 사람이 없었대요.
 
어머닌 자다가 말문이 터졌어요. 당시 소문을 듣고 큰스님이 오셔서 법당을 마련해 줬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자식들을 모두 키웠죠. 일제강점기 때에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보기 드물게 한문에도 능통한 고학력자였구요.
Q :  영적능력이 유전성과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저희 외조모도 신통 끼가 있어 소문을 전해들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하면 “너희 집 안방을 파-봐 그곳에 해골이 있어” 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남 달랐고 원인불명의 병을 곧잘 치료했대요. 제가 병을 고치는 능력으로 봐서 할머니의 능력이 제게 유전된 것 같아요. 또 저는 유체 이탈을 경험하면서 유체 이탈로 병을 고치는 능력을 더하게 되었죠. 
 
유체 이탈! 주변에서 가위눌림을 체험했거나 유체 이탈을 경험한 이 또한 적지 않다. 평소 유체 이탈에 대한 호기심이 있던 터라 더 자세히 알고 싶어 꼬치 꼬치 캐물었다. 몸이 붕- 뜰 때의 그 느낌과 신령이 혼을 빼내는 장면에 대한 묘사로 분위기가 고조되더니 급기야 김명숙씨가 아이처럼 신이 나서 어린시절 얘기로 대화는 이어져 갔다.
 
 
저는 어릴 때 형제 중에서도 유난히 혼자 있지 못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3살 때 발동하여 5살 무렵부터 이상한 것들을 보기 시작했죠. 담벼락에서 이상한 형체가 튀어나오고 수사반장 음악을 들으면 귀신이 보이기 시작해요. 그래서 수사반장 음악소리가 나오면 TV를 바로 꺼버렸어요. 벽에서도 사람머리가 나오거나 아니면 소머리와 해골이 보여서 그땐 정말 무서웠어요.

어려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만 알았지 제가 특이한 것을 본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리고 잘 때는 늘 이불을 머리와 발끝까지 똘똘 말고 틈새로 뭔가 들어 올까봐 노심초사하기 일쑤였죠.
 
경상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낼 때 이상한 얘기를 많이 하니까 그 당시 저를 야시라고 하더군요.
 
 
오랜 세월 지속되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귀신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연을 들어 보기로 했다.
Q :  보통 귀신들린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런 손님과 부적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손님이 들어올 때 귀신이 보일 때도 있고 귀신이 실린 채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
 
얼마전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법당에 오자마자 삼십분 정도 제자리를 널뛰던 사람이 있었는데, 대뜸 그분에게“굿 해줄께 그만 뛰어라”이렇게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그 여성은 정말 거짓말 처럼 널뛰던 움직임이 멈췄어요.
 
참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이 이 자리에서 벌어지기도 해요. 귀신이 갑자기 깜짝 놀랄 정도로 손님에게서 확 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신령의 힘으로 일단 귀신을 제압하죠. 그러면 겨우 잠잠해져요.
 
요즘은 정신과 의사도 환자에게 온갖 처방을 다해 보고 안되면 조상 탓 일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무속인이 부적으로 치유하면 고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적에는 귀신의 접근을 막는 부적도 있고 귀신을 빼내는 부적도 있어요. 인연이 맞으면 정말 점쾌가 신통하게 떨어집니다.
 
부적의 본질은 어머니께 배웠고, 특성은 공부를 하다 꿈으로 깨우침을 얻었어요. 부적의 원리는 음식을 만드는 것과 같아요. 물려받은 비법과 음식을 전수받은 사람처럼..
 
예를 들면 음식에 조미료를 안 넣고 유기농 재료를 넣으면 음식 맛과 효능이 좋아지는 것처럼 부적도 그런 원리에 의해 그 효험이 달라집니다.
Q :  병명이 없는 증세를 잘 고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극심한 공황증, 조울증, 우울증 등은 보통 귀신들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환자들이 오면 제가 고통을 머리에 싣게 돼 통증 때문에 하루 종일 신음해야 해요.
그래서 무당들은 고통을 참기위해 판피린을 먹는데 전 고통을 참는 데 이력이 나서 이제 먹지 않아요.
 
귀신은 주문으로 제압하기도 하고 부적으로 진정시키기도 해요.
 
어느날 갑자기 세 살짜리 아기가 잠도 잘 못자고 시름시름 아픈 이유로 아이의 부모가 방문한 적이 있어요.
병원측은 신종병이라고 하며 뚜렷한 대책도 없이 약만 처방했대요. 이 약은 간질병 억제약이기 때문에 약의 부작용으로 아기 건강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어요.
이에 저는 먼저 약을 끊게 하고 먹는 부적을 먹여 병을 치료 했어요.
 
유체 이탈로 고생했던 손님의 경우 그 분은 누워있으면 몸이 공중에 둥둥 떠올라 TV 속과 컴퓨터 속에 들어가거나 천장에 붙는 이런 현상을 포함해 계속 가위에 눌리는 일들이 반복되어 인터넷을 보고 찾아 왔더군요. 유체 이탈은 이골이 나 이런 경우 반드시 고쳐요.
 
 
의사가 아픈 환자를 상대하는 전문적인 직업이라면 무당 역시 영적인 환자를 상대하는 전문적인 직업으로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Q :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데 어떻게 신점을 보시나요? 
 
신이 실려서 신점을 볼 때 신이 한시간 내내 실리는게 아닙니다.
잠깐 들어오고 안 들어오면 직감을 따라 보다보면 다시 신이 실리기도 해요.
다시 말해 신이 실릴 때 들어갔다 나왔다 합니다.

필름처럼 신령의 힘으로 예지가 계속 돌아가는 것은 어쩌다 옵니다. 
인연 따라 만난 사람의 신점을 볼 때는 예지력이 발동해 그때는 눈을 감아도 떠도 보이지요.

기도할 때 선녀. 동자. 산신 할아버지. 불사 할머니도 눈뜨고 보기도 하고..
 
신령의 힘을 빌어 신점을 보면서 신점만으로 다 능통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다시말해 신점은 다 맞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각 분야 최고의 달인에게 역학이며 육효점도 배우고 더 정확히 맞추기 위해 공부를 참 많이 했죠.
 
역학으로 내 기둥을 풀어 놓고 점을 보다 보면 그때그때 신령들이 들어와 묘하게 가르쳐주는 것들이 있어요(웃음).
 
요즘 부적을 사다가 파는 사람이나 책을 보고 그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부적은 효과가 없어요.
 
전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부적신도 모시고 그 능력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대뜸 필자의 차번호를 묻더니 차 번호 7721이 인생에 전혀 도움이 안되니 바꾸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얼마전 부도난 회사차여서 폐차를 해야 할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 누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하겠는가? 얼른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Q :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다는데 주로 어떤 점을 보시나요? 
 
관상, 수상, 신점, 쌀점과 숫자점을 보기도 한 답니다.
 
한번은 숫자점과 쌀점의 비법을 전수해 달라고 조르던 이에게 공개한 적이 있는데, 상의도 없이 가까운 곳에 점집을 개업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좀 서운하더라구요.
 
숫자도 공부하다가 스스로 깨우친바가 있어 손님이 오면 손님의 차번호나 중요 숫자로 미래를 예견합니다.
 
사실 오랫동안 공부했던 역학을 지금은 잘 안봐요. 제 경우 역학은 한 60% 정도밖에 맞지 않더라구요. 대부분 종합적으로 봐주지만 손님에 따라 어떤 한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는 경우도 있어요.
 
손님에 따라 어떤 점을 보게 될지는 손님과의 인연법에 따라 그 보는 방법도 결정됩니다.
Q :  주로 찾아오는 손님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요즘 손님들은 대부분 고학력자여서 참 똑똑한 사람이 많아요. 특히 저희 집에는 대학 교수와 교회 다니던 교인 분이 참 많이 와요.
 
그 중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상담을 할 때 손님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맞추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서야 비로소 믿음을 갖고 상담에 임해요.
 
지금까지 방문한 사람 중에 다시 오거나 새로운 사람을 포함해서 교인이 가장 많이 옵니다.
영계나 사람사는 세계의 법은 같아요. 무당의 공수나 교회의 방언은 모두 같은 거지만 귀신을 예수의 피로 물리치는 교회보다 말 한마디라도 좋게 해주고 제사를 통해 밥 한 끼라도 배불리 먹여주니 고마워하죠. 그래서 더 효과가 있는 거에요.
 
전 교인에게 이렇게 말해요. “교회에서 좋은 마음으로 열심히 기도 하고 조상의 업도 더불어 풀으라고요
Q :  무당이라면 굿을 빼놓을 수가 없죠! 굿은 왜 하는 겁니까? 
 
자신이 노력하는 데도 남들 보다 일이 꼬인다면 조상님 문제가 태반이고 산소 때문에 문제가 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조상님 중 누군가가 원하는 것이 있으면 자식이나 후손 주위를 맴돌게 되면서 금전 손해, 몸다침, 상해 등이 발생되죠. 이때 조상님 천도를 잘 하면 반드시 해결됩니다.
 
산소가 잘못되어도 자손에게 꼭 문제가 생겨요. 요즘은 화장을 많이 하는데 그게 좋아요. 사람이 죽으면 썩고 혼은 떠나는 게 순리니까요.
 
말귀는 알아 듣는데 말 못하는 벙어리 경우에도 조상이나 산소 탓인 경우가 많아요. 이때는 언어치료도 병행해야  한답니다.
 
때로는 신의 제자로 만들려는 조상신령이 있는데 이 경우에는 무당이 되지요. 큰 굿은 영험한 이들과 함께 하기도 하는데, 제 경우 불교도 포용하기 때문에 굿을 할 때 뛰어난 법사 또는 퇴마법사를 모시기도 하고 용선을 달기도 합니다. 그러면 조상이 용을 타고 천도 되죠.
 

그렇게 점을 잘 본다면 더 많은 활동을 위해 이사하거나 확장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질문을 던져 보았다.
 
Q :  끝으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강남으로 옮길 계획은 없나요?
  
 강남이요?(웃음) 그동안 이 지역에서 올바른 무당으로 자리매김도 했고 무엇보다 정이 많이 들어서요.
더 큰 욕심을 내면 뭐 합니까? 욕심이야 말로 화를 부르는 흉물인데요.
저는 무당이 가진 액션과 때로 필요한 연기를 잘 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중요한 원칙이 있어요.

제 경우 원리와 비법을 깨우쳐 거기에 누력을 더하고 운세가 좋아지는 시기에는 나라 만신으로 기억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에요.
 
이 시대의 무당은 언제나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당을 찾는 사람도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스스로 노력 해야지 전적으로 무당에게 의지하는 것도 잘못된 거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절망이 왔을 때 행복을 위해 필연적으로 절망이 온거다라는 긍정적인 사고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합니다. 
 
그저 신이 내린 무당이 아니라 제대로 공부하여 더욱 정확하고 더 멀리 내다 봄으로써 그녀를 찾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고 보다 밝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라는 김보살의 마지막 말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발길을 돌리는 동안 그곳에 모셔져 있는 약사여래의 미소가 머릿속에 맴돌았다.